9월이 되면 아직 더위가 남아 있는 한편, 아침저녁의 바람과 벌레 소리에 서서히 가을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여름의 활기찬 분위기에서 조용하고 평온한 가을로.
9월에는 경로의 날, 추분의 날, 보름달 축제 등, 사람을 공경하고 조상을 기리며 자연과 계절이 주는 은혜에 감사하는 행사가 많이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행사들 속에도 옛사람들이 소중히 여겨온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는 9월만의 독특한 풍습을 그 유래와 식문화와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경로의 날|장수를 축하하고 감사를 전하는 날


9월 셋째 주 월요일은 ‘경로의 날’입니다.
경로의 날은 오랫동안 사회와 가족을 지탱해 온 분들을 공경하고 장수를 축하하는 날입니다. 원래는 효고현에서 시작된 ‘노인의 날’이라는 지역 관습이 전국으로 퍼져, 현재의 공휴일이 되었다고 합니다.
‘경로’라는 말만 보면 다소 딱딱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본래는 매우 따뜻한 날이 아닐까요?
평소에는 좀처럼 입 밖으로 내기 힘든 “항상 고마워”, “건강하게 지내” 같은 말을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분명 기쁜 일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함께 식탁을 둘러앉을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본 요리에서는 제철 식재료를 아름답게 담아내어 식탁 자체를 축하의 장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경로의 날에도 장수를 기원하며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것, 그런 방식이 참 잘 어울리네요.


보름달·중추의 명월|달을 바라보며 가을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다
9월의 대표적인 풍경이라고 하면 ‘보름달’.
일 년 중 특히 아름다운 달로 여겨지는 ‘중추의 명월’을 바라보는 풍습입니다.
보름달 축제는 원래 중국에서 전해진 달구경 문화가 일본의 농경 문화와 결합되어 널리 퍼진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옛 사람들에게 가을은 일 년의 수확을 맞이하는 소중한 계절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달을 바라보며 쌀과 채소 등의 결실에 감사하고,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달맞이 경단을 제물로 바치거나 억새를 장식하는 것도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풍습입니다. 억새는 벼 이삭을 상징하며,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억새에는 액을 막아주는 힘이 있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보름달이 뜬 밤에는 꼭 한 번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바쁜 일상 속에서 달을 바라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은 좀처럼 없죠. 하지만 고요한 밤에 달을 올려다보면, 왠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추분·추분 기간|조상님을 기리는 계절
추분을 중심으로 전후 7일간을 ‘가을 피안’이라고 합니다. 추분은 ‘국민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상을 공경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날로 정해져 있습니다. 춘분에도 피안이 있지만, 가을 피안에는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크게 바뀌어 가는 시기 특유의 정취가 있습니다.
성묘를 하고 조상님께 두 손을 모은다.
불단에 공양을 올린다.
가족끼리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습관은 단순히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습이 아닙니다.
8월의 오본에 조상님을 모시고, 9월의 히간을 맞아 다시금 그분들의 존재를 되새깁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이어지는 일본의 행사들에는 생명의 연결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이어져 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더위와 추위도 히간까지”라는 말이 있듯이, 히간은 계절이 바뀌는 시점을 알리는 이정표이기도 했습니다.
더위가 조금 누그러지고 가을 바람이 느껴지는 무렵. 성묘를 하며 조상님을 떠올린다. 그런 시간 또한 일본 특유의 가을을 보내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오하기|가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피안(彼岸)의 식문화
가을 추분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오하기’입니다.
찹쌀을 팥앙금 등으로 감싼 오하기는 예로부터 히간(彼岸) 때의 제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팥의 붉은색에는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되게 되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봄의 오히간에는 ‘보타모치’, 가을의 오히간에는 ‘오하기’라고 구분해 부르는 관습입니다. 봄에는 모란꽃, 가을에는 하기꽃. 둘 다 계절의 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여기에서도 일본인의 섬세한 계절 감각이 드러납니다. 비슷한 음식이라도 계절에 따라 이름을 바꾸어 즐기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 식문화의 깊이를 느낍니다.


9월의 가을 별미|제철 음식을 즐기는 일본 요리의 정신
9월이 되면 식탁에도 조금씩 가을의 색이 더해집니다.
송로버섯, 밤, 은행, 토란, 꽁치, 햅쌀, 포도, 배 등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들이 제철을 맞이합니다.
일본 요리에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왔습니다. 요리 속에서 계절을 느끼는 것 또한 일본 요리의 큰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가을 요리에는 억새나 단풍을 연상시키는 장식을 더하거나 그릇을 바꾸는 등, 요리 자체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요리를 보고 “벌써 가을이네요”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계절이 뚜렷한 일본에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가을이 되면 밤이나 은행나무만 봐도 “올해도 이 계절이 돌아왔구나” 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철 음식을 먹으면 몸으로 계절을 실감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가을 옷 정리·가을 준비|여름에서 가을로, 일상을 가다듬다
9월은 조금씩 가을 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직 더운 날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생각보다 선선해져서 여름 옷만으로는 왠지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6월에 옷을 갈아입으며 여름 옷차림으로 바꿨던 것처럼, 9월부터 10월에 걸쳐서는 가을·겨울 옷을 조금씩 준비해 나갑니다.
한 번에 전부 바꿔 넣는 것이 아니라, 얇은 겉옷을 꺼내거나 여름 옷을 조금씩 정리하는 식으로. 계절의 변화에 맞춰 생활을 가다듬다 보면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법입니다. 일본에는 옷뿐만 아니라 식탁이나 실내 장식, 그릇 등에도 계절을 반영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아직 더위가 남아 있는 와중에도 가을의 기운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런 작은 변화를 즐기는 것도 9월의 묘미입니다.
9월은 ‘존경하고, 추모하고, 아끼는’ 달
9월의 행사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존경’과 ‘추모’, ‘감상’이라는 일본인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경로의 날에는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시다.
가을 피안에는 조상님과 고인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봅시다.
보름달이 뜬 날에는 달을 바라보며 자연의 은혜에 감사합시다.
그리고 가을의 별미에는 그 계절을 만끽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화려한 축제와는 조금 달리, 9월의 행사에는 어딘가 고요한 정취가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린다.
계절의 맛을 음미하다.
그런 시간을 갖는 것 또한 일본의 사계절을 즐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가을의 기운을 느끼며, 올해 9월은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계절과 교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